512화. 점진적인 발전 (1)
육함은 편지를 읽어본 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말없이 편지 봉투를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저 때문에 여기서 이러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경성으로 돌아가면 위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제 자리는 마련해 줄 거예요. 아직 젊은 제가 경성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무슨 더 좋은 자리를 바라겠어요. 그러니 아버지께서도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이런 사람들 때문에 화내지 마세요. 그럴 가치도 없어요.”
육건신은 언짢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차만 마셨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임근용은 마음속으로 남몰래 웃었다. 그녀는 육함이 지금 일부러 멍청한 척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전생에 육건신은 바로 이 이유를 들어 그녀의 혼수를 빼앗아 갔다. 그는 직접 나서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집안의 여자 식구들을 번갈아 가며 보냈다. 송씨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와서 한 마디씩 하며 그녀에게 돈을 내놓지 않는 건 큰 불효이고, 이기적인 행동이며, 냉혈하고 무자비한 인간이나 그런다는 식으로 그녀를 몰아갔다. 하지만 결과가 증명해주듯 냉혈하고 무자비한 인간은 임근용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임근용을 이용해 먹은 다음 그녀가 죽든지 살든지 신경도 안 쓰고 이 집에 버리고 가 버렸다.
전생의 그때 육함은 집에 남아 집안일을 한 적도 없었고,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근심을 덜어 주는 일 같은 건 더더욱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지금 같은 이런 상황을 기대나 해 볼 수 있었겠는가!
임근용은 이런 생각 끝에 갑자기 눈가가 시큰해져 자기도 모르게 육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육함도 임근용을 바라보고 있던 터라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임근용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임근용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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