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novel

368화. 기만

368화. 기만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가 손을 잡고 포도 넝쿨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푸르렀던 포도 잎들이 지금은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보랏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던 묵직한 포도송이도 이제는 겨우 몇 송이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번 가을까지 포함하면 아직 네 번의 가을이 더 남아 있었다. 임근용은 몇 송이 밖에 남지 않은 포도나무를 가리키며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많다고 불평했었는데 이제는 너무 적다고 불평을 하게 생겼네요. 늘 지난달처럼 잎이 무성하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육함은 절로 실소하며 말했다.

“곧 어머니가 될 사람이 이렇게 바보 같다니.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열매가 맺는다고 하지 않소. 가을이 끝나지 않으면 봄은 어찌 오겠소?”

임근용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네요. 세월이 참 빨라요.”

천성적으로 감각이 예민한 육함은 임근용의 이 말을 듣고 그녀가 불안해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가 말했다.

“며칠 전에 옆집 손씨 가문 부인과 만났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집에 없을 때 답답하면 그 부인을 불러다 대화도 나누고 하시오.”

옆집에 사는 손씨 가문의 부인 수씨(水氏)는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제 발로 찾아와 임근용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임근용은 그녀가 말이 너무 많은 데다 눈빛도 너무 약삭빨라 보여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그녀는 자신이 이 경성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이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쓸데없는 사람들과 사귀며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근용은 실례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그냥 적당히 넘겨 버렸다. 그러니 기분을 풀자고 불러다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친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육함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다른 핑계를 댔다.

Locked Chapter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