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화. 강도
이튿날 아침, 두 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을 마치자 문밖에서 장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소야, 그 자가 깨어나서 이소야를 뵙고 싶다고 하네요.”
육함은 서둘러 시방으로 달려갔다. 왕립춘은 고열에 기운이 없는 것 같았지만 정신은 맑아 보였다. 그는 육함이 들어오는 걸 보고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고 그저 입을 열었다.
“은인께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입을 다물었다.
육함은 옆에서 시중을 드는 장수 등을 힐끗 보고 그가 이들에게까지 듣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손을 흔들어 그들을 내보냈다. 비록 같이 지낸 건 하룻밤뿐이었지만, 장수와 육량은 왕립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매우 불안해하며 작은 목소리로 권했다.
“이소야, 그래도 소인들이 여기서 모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 지경이 된 왕립춘이 그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육함이 담담하게 말했다.
“뭘 그리 두려워하느냐? 다 나가 있어라.”
장수를 비롯한 하인들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소인들이 문 앞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왕립춘이 육함을 바라보며 허허 웃었다.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다 죽게 생겼는데 왜 아직도 절 무서워하는 걸까요? 육 이소야께서는 제가 무섭지 않으십니까?”
육함은 얼굴이 누렇게 뜨고, 입술은 바짝 말라붙었으며, 눈동자는 어두컴컴해진 채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네가 뭐가 무섭단 말이냐? 지금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까딱하지 못하는 처지인데!”
왕립춘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보아하니 육 이소야께서는 제가 누군지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육함이 태연하게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그렇다고 죽여서 내 입을 막을까 겁나서 사람을 못 구할 정도로 네가 두려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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