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화. 환영 연회
마침 심모도 연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던 차였다. 여러 날을 마차 안에만 있다 보니 답답해서 병이 날 것 같았기에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심모가 왕부로 돌아오자 반하는 그녀를 얼싸안고 울면서 원망을 쏟아냈다.
당시 심모가 그녀를 왕부에 버려두고 자소만 데리고 가는 바람에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걱정이 되어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그런데 심모와 자소는 오히려 가는 내내 산수를 유람하고 서진한테 은자도 그렇게나 많이 받아내고 아주 재미있게 지냈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녀는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으니까.
심모는 이전보다 훨씬 야윈 반하를 당겨 일으키며 말했다.
“다음에, 다음번엔 꼭 널 데리고 가주마.”
“다음번이라니요. 이번 한 번으로도 저흴 충분히 놀라게 하셨습니다.”
진 어멈이 웃으며 말하자 자소도 웃으며 말했다.
“세자비마마께서 말씀하신 건 산수 유람을 가자는 거예요. 이번 일로 서진과 동제는 아무리 간덩이가 부었어도 다시는 세자비마마를 납치하지 못할 거예요.”
임묵헌 안에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반면 송학원 안에는 우울하고 암담한 구름이 끼어 있었다.
노왕비가 깨어난 건 좋은 일이었지만 반년 넘게 누워만 있다 보니 온몸의 뼈가 약해져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랐는지는 아무도 모를 터였다.
분명 말은 목구멍에서 맴도는데 토해놓지 못하는 그런 느낌은 정말 진저리가 쳐졌다. 그리고 계집종들은 그녀의 뜻을 잘못 이해해서 차를 마시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계집종들은 다과를 가져다주곤 했다. 그녀가 말을 못 해서 그랬지, 아니었으면 계집종들은 진작에 죽어 나갔을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노왕비는 지체치 않고 바로 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던 탓에 계집종이 부축해주지 않았다면 분명 넘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노왕비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을지언정 더 이상 침상에 눕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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