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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화. 아깝다

487화. 아깝다

명월원을 나온 심모는 하늘이 유달리 파래 보인다고 느꼈는데 흰 구름이 떠가는 파란 하늘엔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번 일로 측비마마께선 자중하고 싶지 않으셔도 그럴 수 없게 되셨네요.”

자소가 입을 가린 채 웃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심모도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곤 훤친왕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갔다.

심모를 본 훤친왕비가 말했다.

“고 측비의 병은 치료가 잘 된 것이냐?”

심모가 웃으며 답했다.

“머리엔 큰 문제가 없을 텐데 다친 팔이 더 안 좋아지셔서 한 달은 몸조리를 하셔야 좋아지실 겁니다.”

심모는 미소를 짓고 있는 시 어멈을 보았다. 고 측비가 재수 없게 고생하게 된 것 때문에 웃는 게 아니란 걸 알아채고 심모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가?”

“좋은 일이 있다마다요. 소왕부에서 사람을 보내 전갈을 보내왔는데 군왕비마마께서 기름진 음식을 조금 드실 수 있게 되셨답니다.”

시 어멈이 웃으며 말하자 훤친왕비도 기뻐했다.

“몇 날을 고생하더니 드디어 조금 먹게 될 수 있게 되었구나.”

심모가 훤친왕비 곁에 붙어 앉으며 말했다.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려운 것이지요.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다니 나중엔 한 접시도 문제없을 겁니다.”

그러자 훤친왕비가 심모를 흘겨보며 말했다.

“난 군왕비가 마음대로 먹게 놔두지 않을 거다. 나중에 군왕비가 뚱뚱해졌다고 소군왕이 돌아와서 날 탓하면 어찌 하느냐.”

훤친왕비의 말에 심모가 키득키득 소리내 웃었다.

* * *

햇살 좋은 날, 파란 하늘엔 흰 구름 몇 점 보이지 않았고, 가끔 스쳐 지나간 새들은 나뭇가지에 서서 목청을 뽐내며 지저귀고 있었다.

형무원, 정자 안.

심모가 훤친왕비를 모시고 함께 바둑을 두고 있는 사이로 산들산들 불어오는 맑고 시원한 바람엔 은은한 난초 향이 실려 있었다.

저 멀리서 신나게 나비를 잡고 있는 계집종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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