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화. 초를 치다
심모는 소자한의 말에 어떻게 대꾸를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녀에겐 내일 시합은 와도 안 와도 상관없었지만 오늘은 꼭 참석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귀하게 자란 대갓집 규수들인 아가씨들이 피곤할 거란 걸 알고 심모가 말했다.
“오늘 저와 함께 하루 종일 이렇게 애써주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셨어요.”
아가씨들이 웃으며 답했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아무나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이 저희를 부러워했는걸요.”
어쨌든 훤친왕세자비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그녀들이 세자비의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건 오히려 행운이었다.
특히 아까 염낭을 제출하러 왔던 심수와 심하가 남아서 심모를 도와주길 원했지만 심모에게 거절당한 일이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
날이 저물어 왕부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심모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선물을 종여정 무리에게 주면서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였다.
하지만 이런 심모의 모습에 종여정 무리는 오히려 계면쩍어하면서 계속 사양했다.
“도와드린 것도 별로 없어서 수고라고 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선물을 받을 수 있겠어요?”
“안 받으면 제가 내일 또 여러분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기가 민망해져요.”
심모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받지 않을 수가 없어 종여정 무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 손을 뻗어 선물을 받았다.
심모가 준 선물은 모두 같은 것이었는데 미인당에서 대회 상품을 고를 때 함께 고른 것이었다.
원래는 딱 하나밖에 없었던 장신구를 심모가 특별히 미인당에 몇 개 더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글자까지 새겨넣었다.
소자한 거엔 ‘소’ 자를, 이남청 거엔 ‘남’ 자, 종여정 거엔 ‘여’자를 새겨 넣었는데 선물을 나눠줄 때 잘못 주는 바람에 종여정 거를 소자한에게 주고 말았는지 두 사람은 웃으며 자기의 것을 바꿔 가지곤 각자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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