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사신
눈 깜짝할 사이에 나흘이 지났고, 그 이튿날이 바로 조태부부에 납채를 보내는 날이었다. 이날은 날씨가 맑고 햇빛도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단장을 한 후 아침밥을 먹은 심모는 형무원으로 훤친왕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형무원에 막 들어서니 사동들이 분주하게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상자가 무거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사동들이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리다 꿈쩍도 하지 않자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 힘을 더 줘서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때 시 어멈이 사동들에게 주의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들거라.”
무슨 일인지 궁금했던 심모가 시 어멈에게 물었다.
“이것들은……?”
그러자 시 어멈이 심모에게 인사를 올린 후 웃으며 대답했다.
“왕비마마께서 조언연 아가씨께 혼수품에 보태시라고 따로 준비해주신 선물입니다.”
훤친왕비는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조언연이 훤친왕부로 시집을 오게 되면 훤친왕비에게 그녀는 이제 훤친왕부의 둘째 공자의 부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훤친왕비는 다른 사람들과 조언연을 똑같이 대할 생각이었다. 이 선물을 보내는 이유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도리를 다하는 거였다.
훤친왕비가 준비한 열 상자 안에 든 물건은 결코 값싸지 않았다. 머리 장신구만 해도 여덟 쌍이 들어있었는데 한 쌍에 천 냥이 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궁에 공물로 들어오는 능라 주단도 있었다. 훤친왕비를 아끼는 황제는 매년 공물로 들어오는 비단을 왕비의 처소로 적지 않은 양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훤친왕비도 비단을 짤 줄 알았기 때문에 황제가 보낸 비단을 많이 쓰지 못했다.
다년간 비단 기술을 익힌 훤친왕비가 짜낸 비단은 공물로 들어오는 비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으므로 그 비단들은 대부분 훤친왕세자와 소군왕의 옷감으로 사용되곤 했다.
저쪽에서 동설이 훤친왕비를 부축해 나오자 심모가 앞으로 나아가 훤친왕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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