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밥을 얻어먹다
한편, 임묵헌으로 돌아가던 심모는 갈림길에서 집으로 돌아온 훤친왕세자와 그 뒤를 따르는 진목을 마주쳤다.
햇빛 아래 도도한 자태로 걸어오는 훤친왕세자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이 멋있어 보였다.
저쪽에서 심모가 가만히 훤친왕세자를 기다리고 서 있자 진목은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소인은 식사를 준비하라고 일러주러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심모가 훤친왕세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궁에서 아침 식사 안 하셨어요?”
그러자 훤친왕세자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폐하께서 급하게 부르시기에 우선 입궁을 한 것인데, 부탁을 들어드리지 않았더니 밥도 안 주시고 쫓아버리셨다.”
“…….”
그럼 황제가 요청한 일을 도와주지도 않고 궁에서 밥을 얻어먹을 생각을 했다는 것인가? 그래놓고 밥 못 얻어먹었다고 불쾌한 표정을 짓다니.
심모는 훤친왕세자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 좋을지 몰랐다. 어쨌든 그녀라면 절대 그런 짓은 못 할 테니 말이다.
심모는 황제가 도대체 무슨 부탁을 했기에 그가 거절한 건지 궁금했다.
“폐하께서 무슨 부탁을 하시든가요?”
훤친왕세자가 자연스럽게 심모의 손을 잡고 임묵헌 방향으로 걸으며 말했다.
“동제 척왕이 태후마마의 생신을 축하해주러 오는 일로 오늘 조례 때 대신들과 상의를 하셨다는구나. 척왕은 동제에서 우리 훤친왕부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 그런 그가 직접 태후마마의 생신을 축하해주러 온다는 건 태후마마의 체면을 톡톡히 살려주는 일인 것이다. 조정에서 척왕이 지낼 행궁을 준비하고 척왕을 영접할 사람을 정해야 했는데 틈만 나면 날 탄핵하던 대신들이 이 일을 나와 소군왕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했다더구나.”
훤친왕세자는 시키는 일은 무조건 반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대신들이 그에게 일을 맡겼다니 훤친왕세자가 그 자리에서 난리를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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