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심신 안정
그날 심모는 정말로 훤친왕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형무원에 가지 않았고, 심지어 임묵헌 밖을 나가지도 않았다. 하루 종일 온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었던 심모는 저녁 무렵 밥을 먹은 후 뜰 안을 한 바퀴 돈 게 전부였다. 밤에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편 맛을 알아버린 훤친왕세자는 또 심모를 안고 싶어 마음이 간질간질 온몸이 달아올랐지만 힘들어하는 심모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입술 자국만 몇 개 새기곤 찬물로 목욕을 한 후 심모를 안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그날 밤도 편안하게 잘 잤다.
이튿날 잠에서 깬 심모는 기운이 충만했다. 이불 속에서 일어나 앉아 기지개를 켜니 온몸이 개운한 느낌이었다.
심모가 이불을 걷고 침상에서 일어나자 반하가 옷 입는 걸 도와주었다.
심모가 물었다.
“세자야는? 무술 훈련을 하고 계신 건 아니시겠지?”
심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무술 훈련은 하지 않으셨고, 서재에서 잠시 계시다가 외출하셨습니다.”
훤친왕세자가 어디를 갔는지는 반하는 알지 못했다. 감히 물어볼 수도 없었다.
심모가 씻고 치장을 마치고 나니 계집종이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지만 훤친왕세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관계로 함께 식사하기 위해 기다려야만 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있던 훤친왕세자 대신 계집종이 들어와 아뢰었다.
“세자야께서, 폐하께서 부르셔서 입궁을 하셔야 한다며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기다리시지 마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훤친왕부에서 황궁까지 거리가 가깝긴 했지만 왔다 갔다 하면 그래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니 훤친왕세자가 돌아올 때쯤엔 음식이 다 식어버릴 게 뻔했다.
그리하여 심모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은 후 훤친왕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형무원으로 가는 길에 어제 일이 떠오른 심모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제 시 어멈은 계탕을 가져다준 후 그녀의 침상을 정리해주면서 침상 구석에 떨어져 있는 원파를 주워 확인하더니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자 얼굴을 잔뜩 찌푸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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