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차를 올리다 (2)
방 안에는 곧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어른들이 심모에게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하며 하루 빨리 훤친왕비에게 손주를 안겨드리라고 덕담을 해주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훤친왕비를 부르러 갔던 계집종이 돌아오면서 이 화목한 분위기는 일각도 안 되어 깨지고 말았다.
“왕비마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못 오신다고 세자비마마께 먼저 차를 올리고 형무원(蘅蕪院)으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몸이 안 좋다고 했단 말이냐?”
노왕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계집종 말로는 어제 혼례식 때도 얼굴빛이 창백했다고 하더니 설마 병이라도 난 거란 말이냐?”
그러자 넷째 부인이 말했다.
“요 며칠 혼례 준비로 무리하셔서 병이 나신 게 아닐까요?”
넷째 부인이 말 막을 마쳤을 때 고 측비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다른 것 때문에 안 좋아지신 게 아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순간 심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노왕비가 고 측비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
그러자 고 측비가 웃으며 말했다.
“희낭이 원파를 형무원에 가져다주는 걸 제 처소 계집종이 보았다기에 물어보니 원파가 아주 깨끗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젯밤엔 세자비의 계집종들이 혼례복을 빨러 가는 걸 봤다는데, 신혼 첫날밤에 계집종에게 혼례복을 빨게 하는 경우가 어디 있답니까. 보통 처갓집에 인사를 다녀온 뒤 빨지 않습니까?”
원파가 깨끗했단 얘기는 첫날밤을 치르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여자가 첫날밤을 치르지 않았다는 건 며칠간 관계를 할 수 없는 몸 상태란 소리였다. 게다가 서둘러 혼례복을 빨았다는 것만 봐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만했다.
고 측비의 말에 안색이 안 좋아진 노왕비가 뭐라고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훤친왕이 심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왕비가 몸이 안 좋다고 하니 그럼 조금 있다가 그쪽으로 건너가서 차를 올리고 진맥도 봐 드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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