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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발밑에도 못 미치다

177화. 발밑에도 못 미치다

방을 나오자 반하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보셨어요? 대부인 마님의 얼굴이 다 시퍼렇게 질리셨어요.”

대부인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다 못해 죽는 상이 되었다. 그렇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대부인과 심요에겐 치명타였다. 당한 걸 만회하고 싶다면 비웃음거리가 된 심요가 정말로 벽에 머리를 박고 죽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심요가 꾸민 수작이 사실이 되는 것이었으니 비난의 화살이 심모에게 향하게 될 테고 심모도 반박할 길이 없으리라. 하지만 애석하게도 심요는 죽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런 걸 두고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고 하는 것이리라. 바깥에서는 꼼짝도 못 하면서 집안에서만 제멋대로 구는 심요의 행동을 심모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심모가 가고 난 후 노부인이 대부인과 심요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걸 심모는 알지 못했다.

“어린 것이 좋은 것만 배워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이런 못된 짓을 배워서는 죽는다는 말을 함부로 한단 말이냐! 너도 그렇지, 어미라는 사람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인하는 걸 가르치지는 못할망정 딸내미가 제멋대로 구는 걸 보고만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앞으로 또 한 번 이렇게 죽는다고 난리 치면 누구도 절대 말리지 말거라. 아니면 그 사람이 맞아 죽을지 알거라!”

이 말만 남기고 노부인도 잔뜩 구겨진 얼굴로 영서원으로 돌아갔다.

밤낮 할 것 없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남들이 그들을 언짢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어떻게 스스로 이런 일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노부인이 떠나자 곧 방 안으로 들어온 전 어멈이 발광하는 눈빛을 한 대부인은 보더니 너무 성급했다고 나무랐다.

“마님, 너무 성급하셨습니다. 못마땅한 일이 있어도 이렇게 급할 거 없으셨습니다. 앞으로 되갚아 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기회가 많긴 뭘 많다는 거야? 나보다 먼저 시집을 가게 될 텐데. 집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데 훤친왕부로 들어가면 더 어려워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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