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화. 분수에 맞지 않는 요구
호숫가에 도착한 남궁묵이 소 부인을 등지고 서서 말했다.
“소 부인, 무슨 용건인지 말해보시오.”
소 부인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남궁묵 옆으로 와서 미소를 지었다.
“성성 군주의 지혜와 기민함이 사내에 못지않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줄곧 만나 뵐 기회가 없다가 얼마 전에 처음 뵙고는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느꼈습니다.”
“과찬이오. 금릉 명문 가문에 뛰어난 인물이 수없이 많은데, 내가 어찌 부인이 생각하는 정도로 대단하겠소.”
“왕비, 참 겸손하십니다. 제 슬하에 외동 여식이 있는데, 그 아이가 왕비의 반만 닮아도 제가 여한이 없겠습니다.”
소 부인이 옆에 있는 소녀를 앞으로 당긴 뒤 말했다.
“제 여식 소아입니다. 어서 왕비께 인사드리거라.”
소녀가 남궁묵을 향해 몸을 숙였다.
“왕비, 인사 올립니다.”
남궁묵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편하게 하거라. 그나저나, 소 부인…….”
남궁묵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제 여식이 재능이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서예와 그림, 악기 모두 두루 섭렵했답니다. 그런데도 제 여식이 왕비의 재능을 우러러보고 있으니, 왕비께서 가르침을 주실 수 있을까 이렇게 청을 올립니다.”
남궁묵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 여인은 본인이 아첨 몇 마디 하면 남궁묵이 홀랑 넘어갈 줄 알았나?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부탁하는 사람의 신분과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명문 규수 아가씨가 높은 신분의 귀부인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일이 없진 않지만, 대신 그 아가씨들은 능력과 인품이 뛰어나 어른들의 사랑을 받았다. 군왕비나 왕비 또는 사씨 부인처럼 명망 있는 귀부인에게 교양을 배우면 가문의 영광이자, 훗날 자신의 신분을 높일 수 있는 경력이 된다.
하지만 소 부인은 연배가 있거나 한 집안을 수십 년 동안 이끌어온 귀부인이 아닌 남궁묵에게 여식을 맡기려는 것 아닌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소 부인이 여식을 위군맥에게 선물로 보내는 줄 오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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