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8화. 혼란의 서막 (1)
이날 금릉의 새벽은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난밤에 벌어진 일을 아는 몇몇 사람의 눈빛은 심상치 않았다. 지난 밤 연왕부에는 서로를 죽이고 싸우는 소리가 가득했다. 유주군이 첩자를 수색하느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백성들이 많았다.
아침이 밝아오자 사람들은 찻집으로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지난밤에 벌어진 일을 떠들기 시작했다.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터진 거야?”
서생처럼 보이는 중년 사내가 차를 마시며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주변을 살피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알겠어? 하지만, 이 상황에 연왕부에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난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니겠지…….”
연왕이 금릉을 손에 넣고 소천야를 황궁에 가두었다는 소문까지 퍼진 상황에서 누가 감히 연왕부에 쳐들어가겠는가? 당연히 강경 왕당파 아니겠는가? 그런데 군권을 장악한 연왕은 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걸까?
이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누군가 몸을 돌려 말했다.
“연왕 전하가 간신을 내쫓겠다고 전쟁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러자 중년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이걸 보고도 모르겠소? 역사적으로 진짜 간신을 내쫓으려고 전쟁을 시작한 번왕이 몇이나 있었소?”
번왕은 대부분 간신과 함께 왕도 없애버렸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왜 연왕이 아직도 소천야를 살려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형님, 말씀 조심하세요.”
옆에 있던 일행이 말했다. 괜히 누가 이런 말을 듣기라도 하면, 괜히 큰일에 얽힐 수도 있다. 중년 사내가 순간 아차 싶었는지 화제를 바꿨다.
“어제 궁 입구에서 성성 군주 활약이 대단했다면서?”
아까보다 편한 화제에 사람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누가 아니래요? 연왕부 공자 두 명이 쩔쩔매는데, 성성 군주가 나타나더니 말 몇 마디로 사람들을 제압했지 뭐예요?”
“성성 군주가 여인이긴 하지만, 선황이 인정한 사람이잖아. 사내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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