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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화. 팽성, 포위 (1)

575화. 팽성, 포위 (1)

의논을 마친 장군들이 방 밖으로 향했다. 성 위의 병사들도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그들은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적군이 다시 맹렬하게 공격해오리란 걸 알았다. 이때 장군 하나가 성 밑에서 또다시 공격을 준비하는 적군을 보며 말했다.

“당증이 점점 미쳐가는군!”

이때, 뒤에 있던 설진이 말했다.

“그만큼 마음이 조급하다는 것이겠죠. 언성과 양성 쪽도 크게 고군분투하고 있나 보군요.”

소천치가 멀리 보이는 적군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스스로 군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소천치는 전장에서 소천형처럼 피를 튀기면서 싸우지도, 소천위처럼 적극적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천치는 매번 전장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도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소천치는 세자로서 후퇴할 자격이 없을뿐더러, 연왕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소천치는 기력을 모두 소진할 때마다 연왕에게 찾아가 제 자리를 아우들에게 주면 안 되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그는 연왕을 찾아갈 용기도,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포기할 용기도 없었다.

‘너무 힘들구나.’

설진이 넋이 나간 채 생각에 잠긴 소천치를 보며 물었다.

“세자?”

정신을 차린 소천치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 장군……. 죄, 죄송합니다.”

설진이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세자,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둘째 공자 말처럼 병사에게 승패란 항상 있는 일이오.”

“네, 감사합니다. 장군.”

그의 말에 설진이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설진은 소천치에게 호감이 있다고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악감정이 있지도 않다. 다만 설진은 영웅의 기개를 지닌 아버지, 연왕에게 미치지 못하는 소천치를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

‘형제도 기선 제압 못 하는 이 사람이…… 과연 정말…….’

설진은 더 생각을 하지 않으려 고개를 저었다.

* * *

팽성, 연왕 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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