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화. 화는 입에서 시작된다 (2)
위군맥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응안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오?”
위군맥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한응안이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성성 군주가 여인 된 몸으로 저렇게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건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저렇게 외간 사내와 노골적인 대화를…… 풍속을 어지럽혀 놓고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하십칠이 느긋하게 한응안을 슬쩍 째려봤다.
“내가 아가씨와 어떻게 꽃을 기를지 논하고 있는데, 풍속을 어지럽히다니? 설령 내가 절세미인을 부인으로 들여 나와 함께 꽃을 기른다고 하더라도 그쪽과는…… 아무 관련 없지 않소?”
남궁묵이 말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지.”
남궁묵의 말에 하십칠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랬던 거였어? 정말? 이 아리따운 아가씨가 그 유명한 성성 군주였단 말이야? 군주를 만나 뵙다니 영광입니다.”
“…….”
‘너무 티 나는 연기 아닌가?’
남궁묵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자, 과찬이오.”
“당…… 당신들!”
한응안이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응안은 학자 집안 출신에, 아버지는 대학자 한매다. 한매가 젊은 시절 잠시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대놓고 그를 조롱한 적은 없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순간, 하십칠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하십칠은 곧바로 온화하게 웃으며 한응안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오?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시게나.”
한응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대낮에 기혼 여성과 시시덕거리는 게 부끄러운 짓이 아니고 뭐란 말이오? 성성 군주는 부군을 옆에 두고 다른 사내와…… 흥!”
하십칠이 오묘한 표정으로 위군맥을 쳐다보자, 위군맥은 차갑게 그를 째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위군맥이 차가운 표정으로 한응안에게 물었다.
“어떻게 죽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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