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생사의 갈림길에서 깨닫다 (2)
야윈 얼굴로 눈물 흘리며 언라의는 나직이 물었다.
“완랑. 완랑의 마음에 내가 있기는 합니까?”
완욱지는 따스해진 눈으로 다정하게 말했다.
“당연히 있지. 하지만 라의, 그대도 내 고통을 안다고 생각하오. 그렇게 고생스럽게 과거에 급제했는데, 그대 때문에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소. 내 마음속엔 그대는 항상 나의 부인이오.”
언라의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돌아갈게요.”
“착하기도 하지.”
완욱지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사람을 시켜 데려다 주면 되겠소?”
언라의는 더욱 슬퍼진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완욱지는 보지 못하고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단양으로 돌아가서 적당한 곳을 찾아 지내고 있으면, 내가 기회를 봐서 찾아가도록 하겠소. 가능하다면 당신을 금릉으로 데려올 방법을 찾아보겠소. 하지만 지금은 안 되오. 라의, 알겠소?”
언라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
몇 마디를 더 나누며 완욱지는 그녀를 달랜 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넋이 나간 언라의는 뒤에 있는 완욱지의 음침한 표정을 보지 못했다.
황망히 거리로 나선 언라의는 마치 돌아갈 곳을 잃은 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실제로도 돌아갈 집이 없기는 했지만.
그녀는 5년 전에 이미 돌아갈 곳을 잃었다. 그녀도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는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유곽에 기녀로 팔려갔을 때부터 그와의 인연은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부터 지금까지 조정의 관리인 학자가 유곽의 기녀를 정실로 삼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녀를 실망하게 한 건 다름 아닌 완욱지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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