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잔인한 딸, 잔인한 아내 (3)
남궁묵은 위군맥의 웃는 낯을 보자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위군맥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덜미를 콱 깨물었다.
갑작스럽게 연약한 부위를 물려 아플 만도 했지만, 위군맥은 발버둥치거나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 꽉 품에 안고 살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하, 그곳에서 겪은 일을 내게 들려줘요.”
그 온화한 태도에 남궁묵은 한층 누그러져 그를 놓아줬다. 마치 자신이 그를 덮치려 하는 엄청 밝히는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위군맥 몰래 두 뺨을 붉혔다.
정말 피곤했던 남궁묵은 위군맥의 품에 기댄 채 약간 툴툴대는 투로 지난날 겪었던 일을 찬찬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온하게 이야기하던 목소리가 점점 드문드문해지다가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고는 완전히 끊겨버렸다.
위군맥을 고개를 숙여 제 품 안에서 눈을 꼭 감고 잠들어 버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약간 창백해져 청초한 얼굴이 눈 가득 담겼다. 이렇게 여리고 단아해 보이는 여인이 남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해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도록 하는 얼굴이었다.
살짝 오므리고 있는 붉은 입술을 보자 위군맥은 가슴이 요동쳤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 입술에 살짝 입 맞췄다. 그러곤 제 행동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에 남궁묵이 잠결에 칭얼거리자, 위군맥은 그런 그녀를 토닥여 주며 다가오는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덕에 남궁묵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다시 평온하게 잠들었다.
남궁휘는 바닥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군맥을 오랫동안 본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언제나 싸늘한 얼굴에 웃음기 하나 없었고, 평소 앉아 있을 때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반듯한 자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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