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제일성, 풍곡 (2)
풍소소는 고림의 무례한 말에 화를 내지 않고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 위로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에 초대받지 않았는데도 무턱대고 찾아온 건 맞습니다. 단방의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더군요. 그 단방 하나를 얻기 위해, 저희도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약종에 불청객으로 오고 말았습니다.”
고림은 원래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봄처럼 따뜻하게 웃는 풍소소의 모습을 보고 순간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백중천은 풍곡 사람들의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콧방귀를 뀌었다.
“풍곡에서 여기엔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소만, 황천 저 늙은이가 내 제자를 모욕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오!”
황천은 풍곡이 세간을 염탐하라는 뜻으로 보낸 사람이라는 걸, 약종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백중천의 말에 풍 장로라고 불리던 자의 미간에 서서히 주름이 잡혔다. 그가 다소 굳은 얼굴로 백중천을 응시했다.
“황천은 우리 풍곡의 사람이오. 그러니 황천에게 손을 대려면, 먼저 우리 풍곡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요.”
백중천의 안색은 조금 전보다 확연히 어두워졌다. 고림은 백중천의 모습에 흠칫하면서, 서둘러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은 일단 참아야 하네. 풍곡 강자들의 실력은 다 대단하네. 이 사람들도 다 무제 경지에 있지. 설령 우리가 손을 합쳐서 대응한다고 해도 저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을 걸세. 황 장로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저들이 떠난 뒤에 손을 쓰게나.
듣기로 제일성엔 무제 이상의 강자들은 그곳을 쉽게 떠날 수 없다는 내용의 규칙이 있다더군. 그런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반드시 무슨 이유가 있다는 뜻이지. 이들이 볼일을 다 보고 떠나면, 다음엔 쉽게 이곳으로 올 수 없을 걸세.”
사실 이들이 아무리 풍곡의 고수들이라고 해도, 백중천과 고림이 손을 잡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거기다 홍련 영주까지 합세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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