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황비비의 한 (1)
“비비야, 오늘 일은 여기서 접자꾸나.”
고심을 마친 황천이 미간에 잡힌 주름을 풀고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황천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약운이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알아챘다.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냉소를 지었다.
이 여인이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지은 건, 바로 자신에게 혼란을 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여인을 어찌 이대로 놔 준단 말인가.
황비비가 아버지를 보며 도리질을 쳤다.
“안 돼요! 내기를 원하면 그렇게 하죠, 뭐. 아버지, 이런 여인을 두려워한다면 저는 황 씨가 아닐 거예요. 고약운,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얼른 내놓기나 해! 네가 어떻게 결백을 주장하려고 하는 건지 궁금하구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이 아비도 동의한다.”
황천이 고개를 돌려 고림을 바라봤다.
“만일 저 여인이 본인의 결백을 증명한다면, 종주 말씀대로 비비를 저 여인의 손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종주께서도 더 이상 저 여인을 지켜줄 수 없을 겁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하임옥은 황 씨 부녀를 보면서 애석한 표정을 지었다. 이 두 부녀가 참으로 어리석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누이는 단 한 번도 자신 없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알겠네, 쌍방이 다 동의했으니 그럼 내가 증인이 되도록 하지. 고약운, 얼른 네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증좌를 내놓거라.”
솔직히 말하면 고림은 진심으로 이 내기에서 고약운이 이기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이 오만방자한 황 씨 부녀의 기를 한껏 꺾어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증좌는 이미 다 준비해 놨습니다.”
이때 고약운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 한 가닥이 번졌다. 그녀가 손을 펼쳐 보이자, 웬 옥패 하나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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