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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주작 신수

209화. 주작 신수

낯빛이 하얗게 질린 남궁월은 잠시 경악스러워하다가 대청 밖으로 재빨리 뛰쳐나갔다.

‘안 돼! 죽고 싶지 않아! 송암성으로 돌아가야 해!’

남궁월은 속으로 몹시 후회했다. 아버지는 자신을 보호하려 외출 금지를 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제멋대로 행동하며 안전한 보금자리를 떠났다.

‘아버지 곁에 있었다면…… 날 반드시 보호해주셨을 텐데.’

그때 갑자기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남궁월이 누군가의 공격에 나가떨어졌다.

죽기 직전의 순간, 그녀는 살육을 즐기는 듯 잔인한 기색이 역력한 붉은 눈동자를 보았다.

이내 남궁월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숨을 거둔 그녀를 안타깝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극은 끝났어. 이제 돌아가서 쉬자.”

천북야는 씩 웃으며 고약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방금 전 누군가를 죽인 사람치고는 너무나 평온해보였다.

“좋아.”

고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북야,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그녀는 흑암성에서 매설이 자신에게 준 검은 상자를 천북야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북야라면 뭔가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자리를 떠나는 두 사람을 보며 야행천이 미간을 슬쩍 좁혔다.

“낙아, 저 사내가 고 소저의 정혼자더냐? 언제 나타난 게냐?”

저 사내가 깨어났다는 건, 지옥의 연꽃이 효과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야낙은 그의 물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만 보고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

“아버지, 폐관 수련을 해야겠어요.”

“뭐, 뭐라 했느냐?”

야행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폐관 수련 아니던가. 그런데 자진해서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다니,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버지,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강해야만 다른 이를 도울 수 있어요. 폐관 수련에 돌입하기로 정했으니, 무황을 돌파한 후 나올게요.”

순간, 야낙의 맑은 눈동자에 확고한 빛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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