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화. 운명
그들이 안재 집 앞에 도착하자, 그가 이미 입구에 나와 서 있었다.
“또 어떤 자식이 미리 알려준 거야?”
유 어르신이 다가오자, 안재가 파두의 얼굴을 꼬집으려다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을이 크면 얼마나 크다고요. 마을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소문이 다 퍼지지요. 누가 따로 알려줄 필요가 있나요? 얼른 들어오세요.”
안재가 걸음을 돌리며 조용히 파두의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봤다.
‘조금 전 내가 꼬집으려고 하니까 저 자식이 주먹으로 나를 때리려고 한 것 같은데? 분명 내 착각이 아니야. 유 어르신이 아기가 똑똑하다고 그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요물 아닌가?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거치네.’
사실 안재는 대복으로부터 남릉왕이 왔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그에게 따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상황 판단과 눈치가 매우 빠른 안재는 풍청백이 조금 전 유 어르신과 멀찌감치 떨어져 걸어온 것과 아주 평범한 차림을 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것을 눈치챘던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왕야께서 어른들을 더 깊게 생각하는구나.’
안재가 사람들을 안으로 안내한 뒤, 화로 옆에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구석에 있던 작은 바구니 두 개를 가져왔다.
“안 그래도 오늘 안 오면 구정이 지나고 제가 한번 가려고 했습니다.”
유 어르신이 순간 긴장하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 안재 그 자식은 용건이 없으면 절대 안 찾아옵니다.
행화촌 촌장 유금복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였다. 두 마을의 촌장은 서로의 성격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안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구니를 덮은 헝겊을 들어 올리자, 껍질을 벗기지 않은 좁쌀이 들어있었다.
“이건 행화촌에서 재배한 좁쌀이고, 옆에 이 바구니는 하파촌 좁쌀입니다. 제가 몇 개월 연구해봤는데, 두 마을 모두 청하강의 물을 쓰는데 왜 행화촌 좁쌀이 우리 것보다 알도 크고 더 맛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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