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화. 염병. 풍청백, 너 지금 팔이랑 다리랑 동시에 움직이는 거 아냐?!
“여기 상자 안에 네 혼수가 있단다. 이번에 우리는 며느리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식을 시집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어찌 여인이 혼수 없이 시집을 가겠니? 이제 이건 네 것이니 알아서 잘 쓰거라. 지추랑 살면서 필요할 때 유용하게 써. 이 할미는 너희가 그저 행복하게 잘살면 그걸로 됐다.”
유모추는 매끈하면서도 살짝 차가운 상자 표면을 만지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예전에 유 노부인이 자신에게 혼수를 준비해주겠다고 한 말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혼수를 받은 순간, 유 노부인이 자신을 유옥생과 같은 진짜 손녀처럼 여긴다는 것이 느껴져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다.
“할머니, 저랑 지추 오라버니 잘살게요. 할머니의 소원이 제 소원이기도 해요.”
유모추가 상자를 옆에 두고는 유 노부인의 허리를 꽉 안고 품에 안겼다. 온종일 주방일을 하는 유 노부인의 몸에는 매캐한 연기 냄새가 가득했지만, 유모추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이것이 사람 사는 냄새 아니겠는가?
유씨 가족들 모두 매일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부귀영화에 욕심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진짜 이 집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다 됐는데, 준비 끝났니? 지추가 곧 신부를 데리러 올 거야!”
“준비 다 됐어요!”
상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모추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푸풉! 모추 아가씨, 아주 시집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요? 당신이 이러면 우리가 이따가 지추 공자를 어떻게 괴롭히겠어요?”
석섬유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유옥생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그냥 바로 방문을 열어주는 게 낫겠어요. 지금 모추의 상태를 보니까 당장이라도 나가서 식을 올릴 기세네요.”
유모추가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져서 눈알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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