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화. 발이 보이기는 하세요?
조용한 방 안, 설홍련이 제상 위패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자 위패 하나하나에서 고통에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숙부가 떠난 뒤에도, 설홍련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너 등신이냐? 숙부가 때린다고 가만히 맞고 있어? 네가 멀리 도망가면, 숙부가 널 어떻게 잡겠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숙부가 동월 5황자에게 신임을 얻으라고 하는데, 무슨 방법으로 신뢰를 얻으려고? 그 후에 정말 5황자를 도와서 다른 황실 형제를 죽이기라도 하게? 야, 홍련. 죽은 척하지 말고 빨리 대답해! 설마 너 실신했냐? 정말 실신한 거야? 그래, 그럼 그냥 오래오래 자라. 웬만하면 나오지 말고. 내가 방방곡곡 구경시켜주마. 어때?”
한참이나 입을 놀리던 설청련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 염병!”
설청련은 등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손을 뻗었다. 어느새 그의 손은 피로 물들었고, 심지어 바지까지 빨갛게 젖었다.
‘이 자식, 진짜 독하네. 정말 잘 버티잖아? 이렇게 아픈데도 찍소리도 안 하고 버티다니!’
설청련이 옆에 있는 외투 주머니에서 조롱박 모양의 목걸이를 꺼내 그 안에 있는 약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따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폐로 흘러들어 순식간에 사지로 퍼졌다.
약을 먹자마자 등의 통증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심지어 그는 찢어진 살 사이로 얇은 막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숙부에게 풍청백을 놓쳤다고 보고하기 위해 일부러 심장 근처에 칼까지 꽂았으니, 숙부가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이 약수가 아니었으면 몸을 회복하는데 아마 반년은 더 걸렸을 거야. 그나마 내가 귀의라고 불릴 정도로 의술이 좋으니, 빨리 회복해도 숙부가 의심하지는 않겠네.’
“옥생이도 참 박해. 이렇게 좋은 약을 갖고 있으면서 나한테는 주지도 않은 거야?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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