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화. 한 번도 너를 의심한 적 없어
사내가 눈을 살짝 감은 뒤 뒤로 물러났다.
“풍청백, 우리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한 수 가르쳐주지.”
“다음에는 혼자 와라.”
풍청백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이 순간 그 누구보다 당황스러운 건 유옥생이었다.
“풍청백, 네가 흑련을 알아? 왜 싸우려고 그러는 건데? 무슨 일이야?”
유옥생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흑련이 풍청백을 만나러 온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풍청백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저자가 궁령이야.”
풍청백이 작게 속삭였다.
“…….”
유옥생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점차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흑련이 궁령? 창응각 각주? 즉, 창응각이 백초곡과 관련이 있다는 거네.’
“두 사람은 어떻게 같이 온 거야?”
풍청백도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일단 돌아가자.”
흑련과 궁령이 동일 인물이라면 일이 복잡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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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모두 떠난 뒤 궁령은 자신의 손에 덩그러니 들려있는 강아지 바구니를 내려다보며 혼자 걸어갔다. 강아지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바구니 구석으로 몸을 숨겼지만, 그 작은 곳에서 도망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강아지는 고개를 엉덩이 뒤로 숨겨 몸을 공처럼 웅크릴 뿐이었다.
사내는 바구니를 허공으로 들어 올린 뒤 천천히 손을 놓으려 했다.
위험을 감지한 강아지가 낑낑 소리를 내며 안절부절못하던 그때, 사내가 다시 바구니를 잡았다.
“그 아이가 너를 참 예뻐했지.”
사내는 그 뒤로 말이 없었다.
* * *
한바탕 소란이 끝난 뒤, 드디어 모든 일행이 한곳에 모였다. 다행히 위홍을 제외한 사람들은 어디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다.
풍청백은 그대로 유옥생을 말에 태운 뒤 도성에 있는 정왕의 집으로 향했다.
유옥생도 생각보다 복잡한 상황에 생각이 많아진 듯 표정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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