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화. 떠나다
유지추가 집에 돌아와 오늘 일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때, 유모추는 손가락을 배배 꼬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이미 절연한 집에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는 것을 알면, 가족들이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랬구나. 해결했다니 됐다. 지추 네가 모추가 어디 가서 괴롭힘당하지 않는지 잘 좀 보살피거라.”
집안의 어른인 유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유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군요한테 시간 있으면 자주 오라고 하렴. 자, 늦었다. 얼른 저녁을 먹자꾸나.”
이렇게 간단하게 오늘 사건이 지나갔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저녁이 차려진 식탁으로 향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모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여기가 이제 내 집이야.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가족들은 나한테 흠이 조금 있다고 날 버릴 사람들이 아니야, 영원히.’
* * *
이튿날, 집안 젊은이들이 일어나지도 않은 시간에 중앙 정원에서는 낯선 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옥생과 유모추가 밖으로 나오자, 한껏 단정하게 차려입은 이군요가 어른들과 웃으며 대화 중이었다.
‘참나, 지추 오라버니가 자주 놀러 오라고 했다고 다음날 바로 찾아와? 이제 겨우 하루 됐는데.’
유옥생이 유모추의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맨날 조심스럽게 행동하던 백여우가 이렇게 어이없어하는 건 또 처음 보네. 그나저나 저 꼬맹이는 지난번이랑 꽤 다른데? 옷도 새것이고 표정도 훨씬 밝아졌어. 보아하니, 이씨 가문에서 완전히 태도를 바꾸었나 보구나.’
“누이, 누이!”
유모추를 보며 반갑게 소리치던 소년이 옆에 있던 유옥생을 발견하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텃밭에 숨어있던 것을 그녀에게 들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띈 덕분에 이군요는 누이와 다시 연락이 되었고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으며 살게 되었다. 그는 속으로 유옥생에게 매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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