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원하지만 얻지 못하고, 내려놓지도 못하는 마음
소녀는 벽에 기댄 채 화가 나서 뺨이 붉게 물든 상태였다. 풍성하고 긴 속눈썹은 살짝 치켜 올라가 아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소녀 맞은편의 소년은 붉은 입술에 하얀 이를 가지고 있었고, 눈썹과 눈은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용모였다. 화가 나도 이목구비는 더욱 또렷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벽에 대고 소녀를 가운데에 두었고, 자신보다 머리 반 개 정도 작은 소녀를 내려다보자 왠지 모르게 그녀가 더 아리땁고 가냘파 보인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화가 난 소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기까지 보였다.
이에 용흔의 가슴이 뛰었다. 그는 뭔가에 홀린 듯 고개를 숙여 소녀의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을 빼앗았다.
정미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녀는 곧바로 용흔의 따귀를 한 대 때렸다.
낭랑한 따귀 소리가 울리고, 용흔은 멍하니 정미를 쳐다봤다.
정미는 그의 손을 밀어내고 재빨리 도망쳤다. 대청에 돌아와서야 멈춰서서는 고개를 숙인 채 원래 자리로 돌아가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아댔다.
“무슨 맛있는 걸 먹고 온 거야. 기름기가 많은 거지? 그렇게 닦다가 입술이 벗겨지겠다.”
정영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자 정미가 그녀를 한 번 쳐다봤다.
그 눈빛은 날카로운 칼이 한기를 내뿜으며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분노에 가득 차 있었기에, 정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더는 묻지 않았다.
정미는 차가운 찻물을 한 모금 들이킨 후 상에 찻잔을 내려놓고는 반 접시 정도 남은 산사고를 보며 멍해졌다.
‘조금도 예상치 못했어. 용흔이 내게 입을 맞추다니!’
정미는 갑자기 그 순간의 느낌이 떠올랐다.
충격과 분노로 자신을 모욕한 그를 돼지머리처럼 때려주고 싶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입맞춤을 당하는 건 이런 느낌이었구나?’
정미는 자신이 저질렀던 대담한 행동들이 떠올랐고, 입술을 살짝 매만지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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