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1화. 가족
북명진인은 계승식이 끝난 뒤 정미와 차를 마시며 잡담을 나눌 때가 되어서야 소진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관주님, 저희 제자들의 죄가 큽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북명진인은 찻잔을 들고 잠시 침묵하더니 손을 내저었다.
“물러나거라.”
“관주님―”
“소진을 제명하고, 앞으론 다신 거론하지 말거라.”
북명진인은 복잡한 심경이 담긴 말투로 말했다. 제자들이 물러난 뒤, 그는 정미에게 무안한 듯 웃어 보였다.
“사매에게 창피를 보였군.”
정미가 웃었다.
“괜찮습니다. 소진 자신이 선택한 길인데요.”
‘잘 됐구나. 소진은 내 큰언니를 해친 악당 중 하나였는데, 제가 제 무덤을 파다니. 혹시나 소진이 그 집에 틀어박혀 고생하다가 뒤늦게 참회하고 내게 다시 사숙이라 부를까 걱정하고 있었다고!’
“현청관의 차가 황궁보다 맛이 좋군요.”
정미가 눈을 내리깔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 *
수개월 후, 남쪽의 한 작은 마을.
달빛이 비치는 짙은 밤, 하인 차림을 한 사내 몇 명이 여인 시체 한 구를 들고 가다가 무덤가에 던졌다.
이때, 갑자기 번개가 번쩍여 여인 시체의 얼굴을 비추었다.
하인들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허둥지둥 달아났고, 마을 입구까지 도망쳤을 때야 겨우 숨을 돌렸다.
하인들 중 하나가 불안해하며 말했다.
“평범한 도사는 아닌 것 같던데, 큰일 나는 건 아니겠지?”
“걱정 마. 우린 그냥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다 그 도사가 멍청하게 향(香) 이낭을 도운 탓이라고.”
나머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향 이낭은 총애를 받는 첩이긴 해도, 그래봤자 어디서 사 온 첩이잖아.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라 부인도 그냥 내버려 두었던 건데, 이 여도사가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눈치도 없이 향 이낭이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주다니. 부인의 노여움을 샀으니, 외부인인 여도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참으로 불쌍하구나.’
* * *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