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큰불 (1)
신분으로 사람의 귀천을 논하고, 사내는 하늘, 여인은 땅이란 이 말도 안 되는 사상이 뿌리박힌 세상에서 그 어떤 도덕이 곧은 열매를 틔울 수 있겠는가. 애초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세상이었다.
사람을 신분으로 나누는 가장 천박한 사상의 끝이, 바로 드높은 지위의 귀족 가문이라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천박한 집단에게서 일상처럼 일어나는 일의 표상이 바로 이 부인이었다. 남진 경성에서 드높은 지위를 가진 귀족 가문에선 늘 정실부인들은 제자리를 지키려 애쓰고, 첩실은 총애를 차지하기 위해 전 생애를 다 바칠 정도였다. 사내만이 모든 걸 다 움켜쥐고 있는 세상에서, 여인들이 남편과 아들 외에 의지할 곳이 또 뭐가 있었겠는가.
이목청의 눈빛이 쓸쓸했던 이유 역시, 자신도 우상 부인처럼 수단이 독한 모친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결코 이리 훌륭하게 장성하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강후부의 아들이 오직 연석만 존재하는 것도, 사씨 장방의 민 부인에게 자신의 낳은 아들 외에 다른 아들이 없는 것 또한 모두가 같은 이치에서였다.
반면, 감찰어사부와 한림대학사부에서는 서출 아들들이 건재하게 장성하고 있었는데, 이는 정실부인 보단 첩실이 더 수단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 모든 귀족 가문들을 통틀어 본다면, 후원에 단 한 번의 위해도 가하지 않고, 걸출한 서출 장자까지 훌륭히 키워낸 영친왕비는 아주 극소수의 인물에 속하는 것이었다.
사방화가 오래도록 이 부인을 살펴보고 있었을 때, 이 부인과 이목청은 어느새 가까워졌고, 이목청이 먼저 온화한 미소로 영친왕비에게 인사를 올렸다.
“가자! 인사성이 참 밝구나. 목청은 진강보다 더 예를 따지고 이치에 밝아!”
영친왕비의 다정한 음성이 이어졌고, 이목청은 미소 띤 얼굴로 사방화를 한 번 흘낏 쳐다보았다. 사방화는 내내 이목청 모자에게 아무 관심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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