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래곤 스타트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한 인생을 살고 평범하게 죽으리라 생각했던 내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드래곤으로 다시 태어난 것도 분명 놀랄 일이지만.

보통 판타지 소설을 보면 드래곤은 모성애도 강하고, 겨우 같은 드래곤 이라는 이유로 헤츨링이라면 제 목숨 바쳐 살리기 위해 제 몸 사리지 않는 드래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던 나는 알을 깨고 나오자 마자 1분도 되지 않아 어머님께 버림받는 일을 경험했다.

아니, 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어머님?

내 얼굴을 보자마자 "칫..."하고 혀를 차며 내가 알에서 미쳐 빠져나오기도 전에 슝 하고 사라져버리셨는데 정말이지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낳고 너무 못생겼다는 이유로 지상을 향해 자신의 아이를 던져버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신, 헤라의 일화가 떠오르는 건 왜 일까.

참고로 지상으로 떨어진 헤라의 아이는 무사히 생존하였으나, 신의 몸에서 태어났기에 신 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다리를 영원히 절어야 하는 신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아무튼 간에 정말 다행스럽게도, 드래곤은 태어나고 1분도 되지 않아 네 발로 기어 다닐 수 있는 굉장한 신체 능력과 성장을 할 수 있었기에 나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봤자 이제 갓 태어난 갓 난 드래곤이다. 그냥 덩치 큰 도마뱀에 불과하다고.

그 후로 나는 홀로 살기 위해 정말 고된 하루하루를 겪었다.

밥도 직접 찾아야 하는데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뭘 알겠는가. 주변 지리도 모르고 뭘 먹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개구리처럼 벌레를 먹어야 하나? 설마 뱀처럼 쥐를 먹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본래라면 부모님이 가르쳐 줘야 하잖아.

드래곤의 사육 방법은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단 말이다.

내 머릿속에 그런 정보가 들어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태어나고 내리 사흘을 쫄 쫄 굶고, 내가 태어난 어머님의 (전)둥지를 기어 나와 근처에 있는 풀을 뜯어 먹은 게 내 첫 식사다.

기념할 만한 이세계 첫 식사가 잡초였다니.

다행스럽게도 밤에 잠은 어머님의 레어에서 취할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정말 방치된 생 야생으로 살아 남아야 했다.

어머님의 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고, 바람 막을 천 조차 없어 간간히 들어오는 밤바람에 오들 오들 떨며 잠을 청했다.

다행인 것인지 내 몸에는 수 많은 깃털들이 돋아 있어 몸을 한껏 웅크리면 보온 효과가 있다는 점이였다.

내가 버림을 받은 이유가 이 깃털 때문일까...

그렇게 점점 커가면서 잡초도 먹고 잡초도 먹고 잡초도 먹었다.

...

문제점이 있었다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보통 드래곤이라 하면 마나의 종주가 아닌가. 당연히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하건만, 내 생전에 마법은 커녕 리모컨이 없으면 텔레비전도 못 키는 나약한 존재였던 내가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내 등에 날개는 달려있지만 하늘을 나는 법 따위 알 수도 없었고, 내 꼬리는 움직일 수야 있지만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큰 노력을 들여야 했다.

애당초 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몰라 낮에도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드래곤이면 뭐하나.

엄청난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를 지켜줄 강력한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였었다.

그저 물 한 방울 없이 잡초 만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그저 어머님이 돌아오기 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물을 한 방울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잡초 때문인지 드래곤 이였기 때문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그렇게 달이 뜨면 태양이 다시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동굴에서 잠을 청하고, 그렇게 태양이 뜨기를 63번째가 되던 날.

어머님이 나를 버렸음을 완전히 인정했다.

그래. 처음에는 뭐 바쁜 일이 있었거니, 갓 태어난 나를 버리고 갈 일이 있었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평범한 아이였다면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죽는게 당연하잖아. 완전히 버림 받은 거라고.

...

나는 또 다시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는 사실이 사뭇 씁쓸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 졌다.

설마 진짜로 내가 못생겨서 버림을 받은 건 아니겠지? 아직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설마 못생겼다고 나를 버렸을까.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재능이 부족 하다거나, 사실은 주워와서 잠시 돌보다 보니 알에서 깨어났다거나 당혹스러워서 도망간 걸 수도 있지 않은가.

그 날 이후로 더 열심히 살았다.

팔 굽혀 펴기도 하고, 잡초도 더 열심히 뜯어먹고, 꼬리와 날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훈련도 했다.

음...앞에 것들은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꼬리와 날개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본래 없었던 신체 부위인 날개와 꼬리가 약간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나 나름 노력하는 시간이 흐르고...

내가 태어나게 된지 약 10개월이 되던 날 아침.

쿠르르르릉!!

"뀨루룩 뀨욱..." ( 하...돌겠네. 진짜.)

어머님의 레어가 무너지면서 집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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